요즘 사용자 경험(UX)을 고려한 설계의 중요성이 웹을 비롯한 여러 산업 분야에서까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사용자 경험을 공유하는 스터디 모임이 몇몇 운영 중이고, 몇몇 대학에서는 UX 과정이 개설된 곳도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엔, UX를 교류하는 컨퍼런스인 UXEye도 진행되었습니다.
그만큼, 사용자의 경험을 고려한 설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국내외적으로 UX와 관련된 여러 서적들이 있으니, 개발자, 디자이너임을 떠나서 한번쯤 참고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UX 디자인은 사용자가 경험 할 수 있는 모든 감각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설계되는데, 웹과 같이 단 방향 미디어 매체에서는 주로 시각, 청각과 같은 감각과, 클릭, 터치와 같은 사용자의 인터랙션이 중요시 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시각을 고려한 디자인 방법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보색 대비는 사용자에게 강한 주목을 얻기 위해서 흔히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도로표지판에서도 노랑과 검정을 함께 나타내어 주목의 효과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보색대비는 사용자에게 주목과 강조를 주기 위한 가장 본능적인 경험이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사용자에게 주의를 준다면 상당히 효과적인 UX 디자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능적인 경험이 또 다른 본능적인 경험과 충돌하여, 최상의 경험은 커녕 사용자에게 심각한 위험을 준 사례가 있습니다.
90년대, 당시 일본에서는 닌텐도 게임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인 포켓몬스터가 큰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당시 포켓몬스터의 시청률이 1위를 여러 차례 달성하였고, 닌텐도 게임이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은 한국에서 방영하여 지금까지도 계속 사랑을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97년 12월 13일 방영된 포켓몬스터에서 단 3초의 실수로 그 인기가 분노로 바뀌어 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맙니다. 당시, 방영 분에서는 컴퓨터 세계의 대전을 다루었는데, 적이 소멸되는 순간 빨간색과 파란색의 보색이 상당히 여러 번 번갈아 표현되었습니다.
이 방영분이 방송된 직후, 전국의 700여명의 아이들에게 광 과민성 발작이라는 질병이 동시에 발생하였고, 구토를 일으키며 의식을 잃는 간질증상도 발견되어 수십 명이 병원 신세를 지어야 했습니다.
광 과민성 발작은 과도한 시각적인 변화로 인한 자극을 보호하기 위한 신경적인 본능인데, 의식을 잃고 구토를 하는것과 같은 동작으로 강렬한 시각적인 자극을 피하려고 합니다. 이전엔 게임을 하던 사용자에게서 간혹 발생하여 닌텐도 발작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발작 사태처럼 수백 명이 동시에 발병하는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었고, 구토로 인해 기도가 막혀 사망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시되면서 당시 일본 열도를 충격으로 몰고 가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 언론에서는 대서특필 하였고, 당시 최고의 인기 애니메이션이었던 포켓몬스터는 4개월간 방송이 중지되는 강 징계를 받았고, 당시 상영 분 또한 완전히 폐기 되었습니다.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은 만화 시작 전 ‘방안을 밝게 하고, 멀리 떨어져서 시청하십시오.’와 같은 경고문을 반드시 방영하여야 했고, 보색대비가 포함된 강렬한 색체자극은 사용 할 수 없도록 규제화 되었습니다.
아울러, 전반적인 웹의 표준을 관리하는 컨소시움인 W3C에서도, 1999년 웹접근성가이드(WCAG) 1.0 에서 보색대비가 들어간 강렬한 색채전환 효과는 사용하지 말 것을 명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의 경각성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색체효과 사용으로 인한 사고는 아직까지도 흔한 편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2012년 런던올림픽 프로모션 사이트에서도 앰블램을 나타내는 부분에서 사용한 색채전환 효과가 광 과민성 발작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영상의 일부가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고 하네요.
사실 이 글에서 다룬 사례는 두 가지의 본능적인 사용자 경험이 충돌한 것으로, 그 결과가 사용자에게 혼란을 주어 중대한 위해를 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UX 디자인 설계를 할 때에도 하나의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여 설계하는 것 보다, 여러 가지 상층되는 사용자 경험들도 함께 고려하여 설계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